2008년 11월 10일
김장준비
김장하신다는 말에 도와드린다고 우겨서 내려갔는데 역시나 김장준비 구경만 하다왔다.
우선 옛날 식으로 만든 멸치액젓을 내린다.
생멸치를 2년동안 숙성시킨 멸치국물에 사과, 배, 양파를 같은 양만큼 넣어서 팔팔 끓인다.
옆에서 멸치기름 뜨는 것을 체로 다 걸러내는데, 멸치에게 그만치 기름이 있단 걸 처음 알았다.
생멸치 액젓이라 냄새가 엄청 비릴 줄 알았는데 해물된장찌개 끓일 때의 맛난 냄새가 난다.
이렇게 한소끔 끓여낸 국물은 맑게 걸러내야 하는데 이게 또 고된 일이다.
끓인 국물을 한지를 얹은 체에 받혀 거르면 한방울씩 똑똑 떨어지는데, 참 기분좋게 청량한 소리가 난다. 이 한지도 두번에 한번씩은 갈지 않으면 덩어리가 져서 두세시간마다 나와 새한지 깔고 체에 받히는 작업을 다시 해준다. 큰 거름망을 두고 한꺼번에 부어놓으면 좋으련만, 거즈나 삼베로는 안되고 오로지 한지로만 된다니 원심분리기가 있지 않는 한 일일이 손으로 할 일이다.
이렇게 만든 액젓은 김치담글 때 소금대신 배추 절일 때도 쓰고, 지방에 따라서는 음식에 간장대신 사용하기도 한단다.
말갛게 내린 액젓에 어제 밭에서 뽑은 꽃같은 배추를 절이고 갖은 양념을 해서 김치를 담근다.
김치는 국물에 잠겨 익어야 차고 깊은 맛이 난단다
배추에 국물을 자작하게 붓고 손이 꼼꼼하신 아버님이 마무리 포장을 하신다.
이렇게 포장된 김치는 저온창고에서 한잠 재우고 반포가게로 보낸다.
남은 것은 시간이 맡아줄 일이다. 배추는 이제 숨이 죽고 익어 맛이 들면 김장김치로 팔려나갈 것이다.
한포기 김치의 만만치 않은 내력이다.
# by | 2008/11/10 13:23 | W diary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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